운동활용법
Utilization of Pyhsical Motion
유승협 김지수
모스갤러리(moth gallery)
2024
유승협 김지수
2인전

전시 제목: 운동활용법
전시 기간: 2024.11.20-11.30
장소: 모스갤러리 (moth gallery)
(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784-1 B1)
전시 서문 : 김이중

바게트 멀리 던지기
글 김이중
까마득한 옛날.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누군가 던진 바게트가 60만 년을 날아 효모들이 사는 태양계에 진입했다. 이를 관측한 효모들은 그것이 바게트라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사상 처음 마주한 미지의 그것에 몸을 떨며 물었다."도대체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러나 효모들이 탐구할 틈도 없이 바게트는 빠르게 태양계를 지나쳐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효모들은 단지 추측만 할 뿐, 그 실체를 규정할 수 없었다. 이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잊지 않기 위해 효모들은 그것을 오우무아무아(먼 곳에서 온 메시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2024년, 지구에 사는 효모 중 김지수와 유승협이 있었다. 어느 날, 그들은 마주 앉아 바게트를 뜯어 먹고 있었다. 빵 조각을 씹어 곤죽을 만들어 삼키기를 반복하던 중,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이것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의문은 단순히 바게트를 만드는 법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그 기원의 본질에 대한 갈증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알아차렸는지도 모른다. 사실 바게트는 효모들이 오우무아무아라고 칭했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그리고 영영 떠난 줄만 알았던 그것이 사실은 우리 곁에 친숙하게 머물며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음을. 이제 오우무아무아의 메시지를 수신한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이 발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김지수는 우주적 힘으로 만들어진 빵 모양 소행성, 혹은 소행성 모양 빵을 그렸다. 정지된 화면에서 운동성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은 김지수는 그 운동성을 빵에서도 발견한다. 조용히 빵을 관찰하면 색, 냄새, 맛의 변화 등 유기체의 역동을 느낄 수 있다. 김지수는 빵과 형태적으로 유사한 소행성도 역시 격렬한 작용이 내포되어있을 것이라 상상하며, 그 힘을 친숙한 형태로 구현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유승협은 흙과 불로 정형화된 도자기를 만들면서도 늘 유기적 형태의 자유로움을 갈망해왔다. 그러던 중,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생물의 예술인 ‘술 빚기’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다. 그 이후 유승협은 결과물보다는 과정에서의 작용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누룩, 이끼, 균사체 등 자연의 생명체들에 매료된 그는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닮아 본능적으로 빵과 흙을 굽고, 버섯을 키우고, 그것으로 의자나 항아리 등의 구조물을 만든다.
오우무아무아는 2017년에 관측된 태양계 내 최초의 성간 천체다. 길쭉한 바게트를 닮은,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모습 때문에 어떤 이들은 고등 생명체의 탐사선일지도 모른다고 진지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 천체는 이심률이 1을 넘기 때문에 태양계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그 실체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많은 부분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발효에 사용하는 효모는 전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야생 효모가 무수히 존재한다. 또한, 효모 속 미생물이 왜 특정한 맛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도 인간이 모르는 부분은 여전히 많다. 오우무아무아와 빵은 각자의 신비를 품고 있다. 이 전시를 통해 혹시나 전시장 어딘가에서 발현되었을지도 모를 새로운 운동성을 발견하고, 함께 춤춰보기를 권한다.















1P/Halley.2024. Oil on canvas. 20x20cm






